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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겸 칼럼]학생이 나의 믿음이다

기자명 : 이규진 입력시간 : 2016-01-01 (금) 00:58
하도겸 박사의 ‘삶이야기 禪이야기’ <113>

한국현대사는 급격한 산업화의 성공으로 ‘일단 나부터 잘되고 보자, 내 자식부터 잘 챙기자’라는 개인·가족이기주의가 팽배하게 됐다. ‘잘살아보세’라는 구호 아래 일치단결한 우리 국민은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부패와 부정을 통해서 치부하는 것조차도 능력이 있는 행위로 간주해버린 철없는 인간들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언젠가부터 세월호 참사 등을 통해 우리나라 정계와 재계 그리고 관료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그들을 세상 사람들이 직시하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IMF 이후로 대학은 취업학원으로 바뀌었고 대학생들에게 시민이나 국민이 되기 위해 알아야 할 ‘공공질서’ ‘공동의 이익’ ‘공동선’ ‘충효와 의협심’ 등은 정부와 대학조차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결국, 아무도 가르치지도 않았고 ‘명심보감’ 강의가 한때 유행하긴 했지만, 그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우린 정말 이렇게 시민과 국민을 대량 생산해도 되는 걸까? 남을 위해 헌신하고 사회에 봉사하는 것이 그저 무능하고 착한, 그래서 한심해 보이는 사람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했던 적도 있었다. 정말 그런가?

30일, 오늘로 개교 100주년을 맞이하는 제6대 성공회대학교 총장 이정구 신부는 “전쟁이 일어나도 300여명이 사망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가 특정 사람들만의 잘못과 책임만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아무런 죄 없이 지금 이 시간에도 지옥의 한가운데 있습니다. 하느님은 모두에게 자비하시지만, 그래도 지옥은 있어야 합니다. 누가 거기에 가야 할지 우리 국민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라며 진심으로 마음 아파했다.

영국 국교회의 전통과 교리를 따르는 성공회의 신부님은 천주교와 달리 결혼을 할 수 있다. 아예 결혼을 안 하는 ‘수사’와 ‘수녀’도 있다. 십 년 전 역주행 한 트럭에 받혀 반신불수가 될 고비를 넘긴 사고로 고통을 겪은 신부님은 세월이 가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고통도 사라지고 기억도 희미해진다고 한다. 하지만 신부님이 총장으로 취임한 후 군에 입대해 버린 아들의 방에서 숨죽이는 흐느낌 소리로 우는 아내의 모습에 그때 그 사고의 고통보다 더 아프게 가슴을 쓸어내렸다. 입대 정도에 부모들 마음이 이런데 얼마 전 부산외국어대 신입생 수련회 건물붕괴 사고와 진도 세월호 참사로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경은 어땠을까? 언어의 한계로 표현할 수 없는 통증의 증상은 차치하고 자식이 죽으면 부모는 자기 가슴에 묻는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도 죽은 자식과 비슷한 또래가 지나가면 가슴이 아프고 자식이 좋아했던 음식을 입에도 댈 수 없는 ‘한’이 못처럼 가슴에 박혀 어느 순간순간 폐와 심장을 찌르는 고통일 게다. 이번 참사에서 책임을 회피하고 변명을 하는 기업과 사람들이 0.001%라도 있는 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인재사고는 계속해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변명하기도 합니다.”며 이정구 총장은 본능적인 측은지심이나 의무나 사회봉사를 통해 스스로 사회적 책무를 갖게 되고 고양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세월호의 아픔을 너무나 잘 알기에 이정구 총장은 성공회대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를 대폭 축소했다. 애초 전국 성공회교회 신자들이 모여 개교 100주년을 축하하는 ‘개교 100주년 감사성찬례’를 비롯해 지역주민들과 함께하기 위한 ‘개교 100주년 기념콘서트’ 및 오페라 갈라쇼도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마음을 같이 나누고자 행사를 취소했다. 한완상 전 교육부총리가 기조연설을 하는 ‘개교 100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엄’을 ‘공공성과 실천적 아카데미즘’이라는 주제로 29일 피츠버그홀에서 열고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과 대학과 인접한 서울푸른수목원을 연결하는 둘레길 조성사업을 비롯한 그린캠퍼스를 위한 태양광발전소 준공식만 차분히 진행할 예정이다.

몇 년 전부터 성공회대학에는 ‘사회봉사’ 과목이 필수과목이었다. 신자가 4만 명밖에 안 되는 성공회지만, 수많은 복지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신부 가운데 60% 이상이 이런 사회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자기만족의 사회봉사일지라도, 또 하기 싫은 사회봉사를 필수 학점으로 지정받아 의무로 행하는 봉사일지라도 아무 행위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이러한 체험들을 통해 기대하지 못했던 보람을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강의 역시 ‘교양필수’ 과목을 줄여야 하는 대학평가로 선택교양이 돼 대학의 책무를 다하지 못해 조금 아쉽다고 한다. 성공회대 사회적기업연구센터(대표 이영환 교수)가 네팔 카트만두에 ‘사회적 기업 지원센터(Nepal-Korea Social Enterprise Activation(S.E.A) Center)’를 설립한 것도 성공회대의 사회봉사가 이제 세계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공회대는 1914년 4월 30일 대한성공회 성직자를 양성하고자 강화에서 성미가엘신학원으로 개교한 뒤 1961년 현재의 서울특별시 구로구 항동으로 이전했다. 1982년 4년제 ‘천신신학교’로 개편한 후 1993년 ‘성공회신학대학’으로 승격했다. 초대 학장으로 이재정 박사(전 통일부 장관)가 취임했다. 이듬해인 1994년에는 ‘성공회대학교’로 교명을 변경하고 명실상부한 종합대학으로 성장했다. 성공회대는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진보적 학문의 산실로 자리매김했으며 이론과 실천이 함께하는 비판적 시민을 양성하는 데 이바지해 왔다. 일제강점기 때는 신사참배 거부를 이유로 문을 닫아야 했던 적도 있고 6·25 동란 때는 원장과 교수가 납북돼 순교하는 등 민족의 수난을 함께 겪었다.

이정구 신부는 “우리 대학은 100년간 여러 차례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을 거듭했고 이제 다시 100년을 준비해야 하기에 부담도 되지만, 앞으로 발전이 설레고 기대되기도 합니다. ‘100년을 넘어 처음처럼’ 다시 시작하겠습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공회대의 교육이념은 성공회의 포용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열림·나눔·섬김’의 정신입니다. 우리 대학은 한 사람의 지도자보다는 열 사람의 동반자를 양성한다는 모토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인재를 키우고자 합니다. 우리 대학의 진보적 학풍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형성된 것 같습니다.”며 “성공회대학은 대학에 있어 무엇보다도 학생의 발전과 행복이 가장 보람된 가치라고 보고 있습니다. 학생이 나의 믿음입니다.”고 전했다.

바른 정신을 가진 대학교수라면 자신의 소신에 따라 행동할 수는 있겠지만, 자신의 정치권력을 갖기 위해서만 힘써서는 안 된다. 오직 ‘학생들이 나의 모든 것’이라는 교육 일념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 교수의 본분이다. 그게 아니라면 얼른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 더 순수한 학문적 열정으로 오직 학생만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양보해야 한다. ‘학생이 나의 믿음’이라며 약간 좌측으로 기운 이정구 선장의 성공회대학호가 좌초하지 않도록 보수가 아닌 중도로 회복하려는 그의 시도가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 이정구(李定九) 신부는 한신대학교 신학과(Th.B)를 나와 같은 대학원에서 교회사 가운데 ‘성상파괴 논쟁에 관한 역사적 연구’로 석사가 됐다.(Th.M). 천신신학교(성공회대학교) 사목신학연구원에서는 ‘16세기 영국 종교개혁과 감독제도’를 연구했고 영국 버밍험대학교 인문대학 역사학부 신학과에서 ‘성공회 건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한성공회 사제 서품(1987년 2월 6일) 이후 성공회대 신학과 교수(1999년 6월 13일)가 됐다. 신학대학원 교학부장, 신학전문대학원장, 성공회역사자료관장, 교목실장 등을 거쳤다. 성남YMCA 이사, 한국영상문화학회 총무이사 등을 역임한 후 현재 성공회대 총장(2012년 9월 26일 취임), 전국신학대학협의회와 한국영성예술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교회건축의 이해(2012), 성상과 우상(2012), 교회 그림자 읽기(2011) 등이 있다.

※ 하도겸은 매일 칼럼을 통해 사회와 문화예술 종교계의 자성과 쇄신을 바라는 처지에서 더 맑고 밝은 발전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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