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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연수 부드러워졌다, 소설집 '사월의 미 칠월의 솔'

기자명 : 시사주간지… 입력시간 : 2016-01-01 (금) 15:50


"그런데 새 인생으로 가는 초입이 상당히 을씨년스럽네."(19쪽)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밤은 노래한다' 등을 통해 이야기꾼으로서의 역량을 뽐낸 김연수(43)의 단편소설집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의 초입은 을씨년스럽다. 목이 잘린 채 남아 있는 불상, 미래가 없는 연인, 연인을 떠나 보낸 미래가 남은 노인이 말하는 '벚꽃 새해'다.

"언제나 이런 식으로 변죽만 울리며 내 인생을 축냈었지. 오뎅은 안 먹고 국물만 홀짝이는 학생들처럼."(20쪽)

하지만 단편은 대선 개표 방송을 보다가 취해 뻗어버린 날 멈춰버린 시계, 선물했던 시계를 내놓으라는 전 여자친구, 팔아치운 시계를 찾기 위해 함께 걷는 길 등이 유연하게 읽힌다. 입꼬리를 올리는 웃음도 곳곳에 깔렸다. '우리로 함께한 시간 중 헛된 시간이 없다'는 이야기는 잔잔하다.

김연수의 소설이 부드러워졌다. 소소하게 말하고 잔향을 남긴다.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을 쓰는 동안, 나는 내가 쓰는 소설은 무조건 아름다워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 이 세상이 얼마나 잔인한 곳이든, 우리가 살아온 인생이 얼마나 끔찍하든 그런 건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는 고백이다.

"서귀포시 정방동 136-2번지에서 바다 보면서 3개월 남짓 살았어. 함석지붕집이었는데, 빗소리가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우리가 살림을 차린 사월에는 미 정도였는데, 점점 높아지더니 칠월이 되니까 솔 정도까지 올라가더라. 그 사람 부인이 애 데리고 찾아오지만 않았어도 시 정도까진 올라가지 않았을까?"(81쪽)

올해로 등단 20주년이 된 소설가 김연수가 다섯번째 소설집을 엮었다. 2008년 제33회 이상문학상을 받은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을 비롯해 2013년까지 발표한 11편의 단편이다.

'시'를 그리던 사랑의 도피가 '솔'에서 멈춘 시절을 추억하는 이모(사월의 미, 칠월의 솔), 시인을 꿈꾸지만 두 쌍둥이와 자폐아의 엄마가 된 여인(깊은 밤, 기린의 말), 죽은 엄마의 노래를 듣기 위해 고속도로를 네 번이나 왕복하는 남매(주쌩뚜디피니를 듣던 터널의 밤) 등의 이야기다.

김씨는 "소설을 쓴다는 건 그게 야즈드의 불빛이라고 믿으며 어두운 도로를 따라 환한 지평선을 향해 천천히 내려가는 일과 같다.… 중요한 건 우리가 함께 머나먼 지평선의 반짝임을 바라보며 천천히 나아가는 시간들이라고, 그게 야즈드의 불빛이라서, 혹은 야즈드의 불빛이 아니라고 해도"라고 밝혔다. 344쪽, 1만2000원, 문학동네



[시사주간뉴스타임-양솔이기자]

yangsoli@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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