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덴만 참사, 군 통수권자 대통령은 사과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두 개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처음은 오전 국무회의에서의 7분여 발언이었다. 최대 현안이랄 수 있는 청해부대 문무대왕함 승조원의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대해선 마지막에야 짧게 언급했고, 그마저도 군을 질책하는 내용이었다. 문 대통령은 “신속하게 군 수송기를 보내 전원 귀국 조치하는 등 우리 군이 나름대로 대응했지만 국민의 눈에는 부족하고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주어를 생략하는 특유의 화법으로 “이런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치료 등 조치에 만전을 기하고, 다른 해외 파병 군부대까지 다시 한번 살펴주기 바란다”고 했다. 비판받는 주체 역시 군으로 해석되는 주문이었다.
두 번째 메시지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었다. ‘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 김홍빈 대장의 실종 소식에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내용이다. 문 대통령은 “참으로 황망하다”면서 “외교부의 요청으로 오늘 파키스탄의 구조헬기가 현장으로 출발할 예정이고, 또 중국대사관에서도 구조활동에 필요한 가용자원을 동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너무나도 대비되는 어조이자 자세였다. 청해부대원 301명 중 247명이 확진된 건 세계 해군사에서도 유례없는 집단감염이자 군과 정부의 무관심·태만이 낳은 인재(人災)였다. 또 해군 장병들이 작전을 완수하지 못하고 공군기로 퇴각해야 했다는 점에서 국방 문제였다. 더욱이 청와대와 국방부·질병청이 책임 떠넘기기까지 하고 있으니 행정 난맥상이기도 하다. 누구도 아닌 바로 문 대통령의 책임이란 의미다.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 그리고 군 통수권자로서의 본분을 잊어선 곤란하다. 문 대통령은 김 대장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것과 똑같은 심정으로 청해부대 참사에도 진정으로 ‘황망’해야 할 일이었다. 문 대통령은 그런데도 전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선 아예 입을 다물었고, 어제는 군 탓을 했다. 대신 김부겸 국무총리와 서욱 국방부 장관의 사과로 끝냈다.
2017년 12월 인천 앞바다에서 일어난 낚싯배 전복 사고와도 비교해 보자. 당시 문 대통령은 이른 아침부터 실시간 보고를 받고 지시했다. 그러곤 다음 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 같은 사고를 막지 못한 것과 또 구조하지 못한 것은 결국 국가의 책임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국가의 책임은 무한책임이라고 여겨야 한다”며 사과했다. 민간 사고에도 무한책임을 강조하던 마음가짐이었다면 문 대통령이 어제 군 작전 중 참사에 대해 그리 말해야 했을까. 분명 아닐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하겠다”고 한 취임 약속과 달리 언젠가부터 선별적 사과와 선택적 침묵을 오가곤 했다. 대통령에게 귀책사유가 있음에도 남 탓을 해왔다. 군 통수권이 걸린 ‘아덴만 참사’에도 그랬으니 개탄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