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대선 경선 나왔을 때 제가 똑같은 걸 겪었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1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당내 경쟁자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 상승세를 두고 한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6일 오후 열린 온라인 2차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재명 캠프 제공.
이 지사는 “지지율 2~3%로 가다가 어느 날 갑자기 18%로 올라가고, 문재인 대통령하고 차이가 얼마 안 났다”며 “가슴이 벌렁벌렁해져서 ‘이거 한번 제쳐봐야 되겠다. 혹시 내가 될 수 있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으로 오버하다가 아주 안 좋은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는 이 지사가 탄핵 정국이던 2016년 12월 6~8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20%)에 근접한 지지율 18%를 기록했지만, 이후 가파르게 추락했던 걸 언급한 것이다. 이 지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국민들이 ‘이재명 저 친구가 딴 마음 먹는 것 같구나. 혼 좀 나야겠네’ 그런 마음을 먹는 순간 쭉 떨어졌고, 더 열심히 하니 더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 원인에 대해 이 지사는 “이쪽(이재명 지지층)에서 옮겨갔다기보다는 그쪽에 새로운 지지자들이 붙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지사는 또 “이낙연 후보는 한때 40%의 지지를 받던 분이지 않냐. 그게 일부 복원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그야 국민들이 판단하실 일”이라고 말했다. “제가 부족한 것 더 채우고 잘하는 것 더 잘 보여드리고 그렇게 하다 보면 결국 사필귀정하지 않겠냐”라는 설명이었다.
치열한 네거티브 공방이 벌어졌던 예비경선 이후 처음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지사는 “공직자 선출은 대신 일할 일꾼을 뽑는 것”이라며 “실력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보기 그럴듯하고 경력이 그럴듯하다고 좋은 결과를 보장하냐”며 “큰 밭을 맡아서 트랙터로 왔다 갔다 했는데 결과가 없다면 머슴으로 쓰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정세균 후보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 지사는 이어 “실력 없는데 멋있긴 한 사람과, 멋은 좀 없어도 실력이 있는 사람 중 누구를 뽑겠냐”고 물으며 “국민은 머슴, 일꾼을 뽑는 것이다. 무조건 결론은 성과”라고 말했다. “(공직자는) 결국은 남인데 내 일을 대신 해주는 것”이라며 “내 주머니가 조금이라도 불룩해지는 성과가 있으면 인정이 되고, 아무리 잘해도 경제가 나빠지면 좋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왼쪽)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TV토론회 녹화에 앞서 인사하는 모습. 임현동 기자
한편, 최근 경쟁 후보들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를 강조하며 벌어진 이른바 ‘적통(嫡統) 논쟁’에 대해 이 지사는 “좀 서글프다”고 했다. 이 지사는 “이 말은 왕세자를 정할 때 정식 비(妃)의 자식이냐, 궁녀의 자식이냐, 민가의 종의 자식이냐를 따지는 것 아니겠냐”며 “현대 민주주의에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어 “저도 어차피 당원의 한 사람일 뿐이고, 힘의 관계로 따지면 실제로는 중심에 있지는 못한 사람이었다”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당의 주인은 당원이고,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다. 민주당 당원은 누구나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능하면 국민주권주의, 당원중심정당 취지에서 벗어나는 말씀들은 안 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SNS 편향성 조심…반대 커뮤니티도 많이 들어가”
이재명 경기지사가 16일 오후 열린 온라인 2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이 지사는 즉석에서 던져진 16개의 질문에 대해 1시간 30분 동안 답변했다. 이재명 캠프 제공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온 이 지사는 SNS의 부작용에 대한 지적에도 공감을 나타냈다. 이 지사는 “‘좋아요’를 많이 누르는 것에 빠져 ‘내가 엄청 위대한 인물이다’라고 빠져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멀쩡한 사람이 SNS만 하면 이상해지는 걸 저도 많이 봤기 때문에 조심하려고 노력은 한다”고 말했다. 최근 이 지사에 대한 마타도어가 SNS에서 활발히 이뤄지는 데 대한 우려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는 이어 “저도 SNS의 편향성에 빠질 가능성이 없다고 말할 순 없다. 다만 이점을 알기 때문에 매우 조심한다”며 “저를 반대하는 커뮤니티에도 자주 들어가 많이 읽어본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또 “기본소득의 경우 처음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소액으로 시작하려 했는데, 이번 (예비경선) 토론에서 이광재 후보가 ‘전면적으로 하는 것은 문제가 될 것’이라 지적해서, 그 점을 제가 수용했다”며 “이런 게 저의 포용성의 하나 아니겠냐”고 말했다.
[출처: 중앙일보] 이재명 “이낙연 상승세? 5년 전 나도 오버하다가 안 좋게…"